누군가는 말했다.
육아는 전쟁이고, 그 전쟁터는 놀이터가 아니라 학부모 단체 채팅방이라고.
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은 단순한 육아 이야기를 넘어선다.
친해지기엔 너무 날이 서 있고, 무시하기엔 너무 가까운 엄마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대와 경쟁, 질투와 비밀.
“완벽하고 싶은” 엄마라는 말 속엔, 들키고 싶지 않은 불안과 질투가 숨어 있다.
〈그린 마더스 클럽〉은 그 조용한 균열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린 마더스 클럽〉은 초등 커뮤니티라는 일상적인 배경 속에서, 여성들의 심리를 서늘하게 파고드는 드라마다. 학군, 정보력, 경제력, 인간관계 등, 육아 뒤에 숨어 있던 수많은 비가시적 경쟁이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이은표(이요원)는 자유로운 예술가로 살아왔지만, 아들의 학교 적응 문제로 입시 중심의 상위 학군에 발을 들인다. 그곳에서 마주하는 인물은 과거 대학 동기였던 서진하(김규리).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감정의 앙금이 남은 이 둘은, 겉으로는 반가운 듯 인사하지만 사실상 냉랭한 적대 관계로 이어진다. 여기에 중심축을 세우는 인물은 병적으로 정보에 집착하며 서열을 중시하는 박윤주(주민경)다. 그녀는 은표를 경계하면서도, 자신이 쌓아온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끊임없이 지키려 한다.
드라마는 이들 관계를 통해 “여성들 간의 우정이 어떻게 분열되고, 왜 연대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각자의 선택과 과거의 상처는 갈등을 더욱 깊게 만들고, ‘엄마’라는 역할이 오히려 인물을 고립시키는 구조로 작용한다.
특히 박윤주를 연기한 주민경 배우는 통제와 불안, 자기방어적 태도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며 이 인물을 가장 날카롭게 살아 숨 쉬게 만든다. 또한 이요원의 아들 ‘동석’ 역의 아역 배우 정재현은, 내성적이고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아이의 내면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그려낸다. 은표와 동석의 감정선은 드라마에서 드물게 ‘따뜻함’과 ‘회복’의 방향을 비추는 축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단순한 육아 경쟁을 넘어, 여성들이 타인과 자신을 향해 쏟는 기대와 좌절, 그리고 인간관계의 파편화된 민낯을 응시한다. 〈그린 마더스 클럽〉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만큼 더 깊이 있고 잔인한 방식으로 질문을 남긴다.
누구나 좋은 엄마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이라는 말에는 언제나 누군가와의 비교가 따라붙는다.
그리고 그 비교는 결국, 스스로를 향한 끝없는 불신과 불안을 낳는다.
〈그린 마더스 클럽〉은 그런 마음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불안한 엄마들, 질투하는 친구들,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꺼내어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은표처럼,
‘좋은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기기보다, 아이 앞에서만큼은 진짜 나로 서야 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도, 누군가와 진짜 친구가 되는 법을 여전히 배우는 중은 아닐까.
이 드라마는 말한다.
“진짜 연대는, 불안과 욕망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